후기/책

독후감 004.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시즈란 2020. 11. 19. 23:59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처음 82년생 김지영이 나왔을 때, 대중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은 책으로 알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관심만 받은 것이 아니라 나쁜 관심도 받아서 책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선뜻 이 책을 읽을 엄두는 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사람들이 내린 평가보다는 직접 읽어보고 평가 내려보자는 생각에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김지영씨에게 다른 사람이 빙의되는 모습이 나와서 호러? 스릴러? 계열의 장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그런 장르의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때론 씁쓸하게 와 닿은 부분들도 몇몇 있었다.

 

우선 김지영씨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집안의 아들, 즉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공부가 아닌 공장에서 일을 하며 희생했던 모습과 세 번째로 임신한 아이가 딸이어서 임신중절수술을 하고 결국 아들을 임신하여 출산한 모습 등이 기억에 남았다. 그 누구도 낙태를 하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그 결정을 하게 만든 사회와 분위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아이의 성별을 가지고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없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실제로 학교를 다니면서 보면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그리고 김지영씨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물론 집에 남자 형제가 없어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건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친척들끼리 모였을 때 여자 사촌들만 음식을 준비하고, 제사가 끝나도 고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 보면서 항상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지영씨가 김지영씨의 어머니로 빙의되었을 때 했던 말이 정말 속 시원한 사이다 같았다. 

 

또, 딸아이 이름의 성을 어쩔 수 없이 남자 쪽 이름의 성으로 선택하는 장면도 씁쓸했다. 나 또한 내 이름의 성을 물려주고 싶을 텐데 왜 그걸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를 할 때 결정하는 걸까. 자녀가 2명이라면 한 명은 아빠의 성을, 다른 한 명은 엄마의 성을 따르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김지영씨가 겪은 모든 걸 내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김지영씨가 겪은 상황과 기분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했고 느꼈다.

 

아 그리고 김지영씨 남편이 김지영씨가 지적한 부분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주었다는 점에서 김지영씨 남편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김지영씨를 상담하는 남자 정신과 의사가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아마 많은 회사에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어떤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라도 굳이 기혼 여성을 채용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임신하면 출산휴가 줘야 하지, 애 있으면 급하게 쉰다고 하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기혼 여성의 채용은 힘든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에서는 이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근본적인 문제점은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제도의 미비함과 사람들의 인식이라 생각한다. 만약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출산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한다면, 기혼여성과 기혼남성 채용 격차가 많이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기혼여성과 기혼남성의 출산휴가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면, 미혼인 사람들과 기혼인 사람들 간의 차별이 생겨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미혼인 사람들에게 출산휴가와 비슷한 무언가를 제도적으로 강제한다면 모두 평행선에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도 중요하기에 칼출근이라는 단어가 없듯이 칼퇴근이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으로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사실 근로자를 여유 있게 고용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소에 80% 정도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육아휴직하는 동료가 있을 경우 100% 정도의 업무를 담당한다면, 육아휴직하는 동료에 대한 원망을 하기보단 서로 응원할 텐데..

 

또한 김지영씨를 상담하면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 와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실 출산이나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한 모르는 게 당연하다' 라는 대사를 하면서, 정작 자신의 가정은 소홀히 한다던가, 아니면 앞에 적었던 말처럼 후임은 미혼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이는 본인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면서, 결국에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걸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과 같은 모습인데, 다른 곳에 가서는 깨어있는 사람인 척 행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 돋았다. 그리고 여성이 겪는 문제점을 알지만 이를 바꾸기 위해 실천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인지하고 있지 않지만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나을 것 같다.

 

사실 요즘 재벌이나 금수저가 아닌 이상 살기 좋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도 힘들겠지만 본인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누가 더 힘든지 경쟁하는 것 같다. 나는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고, 남성의 적은 여성이 아니기에 성평등을 위해서는 서로 겪고 있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부분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물어보고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