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

독후감 001. 살인의 문 - 히가시노 게이고

시즈란 2020. 11. 9. 23:59

 

살인의 문 1권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며 바쁘게 지낸 것도 있지만, 취업준비를 하며 흥미 위주의 책을 읽는다는 게 양심에 걸린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인턴이 끝나고 오랜만에 흥미위주의 책을 읽어보자! 하며 고른 책이 [살인의 문 - 히가시노 게이고] 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다들 알고 있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이다.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여 중학생 때부터 엄청 열심히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읽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라면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인데, 이 책 또한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과 다른 장르라서 신기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중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은 학생 때 본 기억이 없는 책이라 선택하였다.

 

 

 


 

우선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책 내용은 아래에 적어두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하신 이유가 추리소설을 읽기 위함이라면 제 기준에서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우울한 소설이니, 개인적으로 추천드리지 않는다는 점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스포일러 주의 -

 

처음에 읽으면서 든 생각은 책 내용이 왜 이래..였다.

 

살인의 문이라고 해서 연쇄살인마가 나올 것 같은 책이었는데, 전반적인 책 내용은 마을 부잣집 도련님이 집안이 기울고 본인 인생도 막막한 상황에서 결국 살인을 감행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전부터 주인공은 살인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이를 실행하려다가 포기하거나 실패했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예전부터 악연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를 목졸라 죽이며 살인의 문을 넘었을까.. 하는 과정에서 끝이 난다.

 

줄거리가 흡입력이 있고 내 기준에서는 내용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서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한 느낌이라 주인공과 같이 내 미래도 암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주인공이 악연인 친구와 주기적으로 엮이면서 사기(주로 다단계)를 당하는데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단계 수법이 진짜 엄청나구나 싶었다.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금 관련 다단계 사업을 했을 때 여러 수법이 나와서 작정하고 속이면 다 속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 당첨만 존재하는 삼각 뽑기, 목적 없이 홀로 사는 노인 집에 찾아가다가 나중에 상품 권유하기, 다른 사람이 노인으로 변장해서 예금 해약하고 상품 가입하기 등등.. 다단계에 당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읽을 때 더 힘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은 이런 수법을 다 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은 대체.. 책을 읽으면서 다단계를 직접 운영하거나 경험이 있으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셔서 신기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기에 교훈을 바라고 읽은 건 아니지만, 소설을 덮고 나서 추리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가 이런 소설을 만든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드는 생각은 주인공이 평온했을 때가 많이 있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경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중학교에 진학하여 친한 친구와 함께 지낼 때, 두 번째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할 때, 세 번째는 공장에 취직해서 룸메이트와 함께 지낼 때, 네 번째는 가구배달 일을 하고 가구 매장에 취직하여 일할 때.. 정도인 것 같다.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일명 건실하게 생활할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다단계 회사에서 일할 때, 우울, 죄책감, 무기력함 등을 느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혼자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쌓을 때는 밝은 기분이 느껴졌다. 나 또한 삶을 살아가며 다단계 같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직업보다는(물론 그런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스로 노력하고 직장에서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한동안 우울하고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마치 기생충 영화를 보고 난 기분..? 그러나 영화 기생충 보다 담고 있는 의미는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100% 몰입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그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나? 하면 또 그건 아닌 거 같다.

나만 이렇게 느낀 건지, 다른 사람도 이렇게 느낀건지, 다른 분들의 도서 후기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살인의 문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