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

독후감 003. 나의 비정규 노동담 - 강민선

시즈란 2020. 11. 16. 23:59

나의 비정규 노동담 - 강민선

나는 이 책을 집 근처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원래 빌리려고 한 책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두께에 한 손에 들어오는 책 크기, 담담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집어 들어 빌렸다.

 

작가가 재수 시절에 다녔던 아르바이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서 모든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가 정말 다양한 일을 경험하셨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 직장에 쭉 오래 있는 것도 힘들겠지만, 여러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받고 힘들었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나 또한 짧게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일, 사람,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책 내용에 공감했던 이유는 작년에 한 회사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한 경험 때문이다.

2018년부터 취업 준비를 하며 교육도 받고 면접도 몇 번 보았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그때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어 관련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몇 번 했었지만,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일일 아르바이트이거나 직접 구하더라도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뒀었다.

 

그때의 나는 원하는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여서 조금 우울하고 걱정이 많은 상태였다. 비정규직, 즉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어떤 일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회사에 들어갔다. 서류를 넣고 사람인으로 인성검사도 진행하고 면접까지 봤었는데, 말로는 잘할 수 있다고 했었지만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걱정을 가득 안고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는 나와 같이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이었다.

 

막상 회사에 근무해보니 일명 현타가 왔다. '다른 사람들은 번듯한 직장에 잘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왜 나는 여기서 공장의 기계처럼 단순 반복 작업을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했던 일이 평범한 사무직이 아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서로의 힘듦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6개월의 경험은 나에게 정말 소중하다. 처음으로 내가 일해서 번 노동을 경험했다는 점과 사회생활이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또 회사를 그만둘 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좋은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물론 회사를 다닐 때는 일이 힘들긴 했지만,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때 회사를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중 지금 연락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회사를 다닐 때를 생각하면 다들 고맙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기를 소망한다.